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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딩 3학년. 우물쭈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쭈구리.
친구의 권유로 처음 축구를 하게 되었다. 처음 해봤지만 그날 골도 넣었고 "이거 꽤나 재밌는데!" 즐거움을 느꼈다.
94 미국 월드컵을 보며 완전히 빠져들었고 그후 시간이 날 적 마다 축구, 축구 그놈의 축구.
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 축구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었고 내가 축구만큼 잘하는 것도 없었다.
터질 것 같은 심장, 거친 호흡, 후들거리는 허벅지 그리고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.
뭐든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될 때의 희열감이란. 착착 상대의 다리에 붙는 패스, 정확한 크로스. "와, 장난 없는데!"
군시절 고참의 눈에 띄어서 이등병 때부터 줄곧 공격수를 하며 휴가도 받아봤고, 과 대표로 체육대회에 나가 골도 넣었다.
서른이 된 지금도 공을 찬다. 어설프게 얻어낸 포세이돈의 캡틴의 자리를 즐기며.
여전히 휙휙 돌아가는 머리, 하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몸뚱아리가 되어버렸지만 너무나 행복하다.
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승부욕이 축구에서만 유별나게 발동하는지라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내 자신에게, 혹은 팀 동료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.
언제까지 내 경기력에 만족하고 남들보다 조금은 나은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뛰고 싶다.
축구를 할 때면 지배자가 된 듯한 착각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끼니까. 물론 좌절감도 날 성장시킬테니- (*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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